4. 고래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요? 성일 님이 고래에 빠지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 고래를 사랑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2014년 6월 22일, 미국여행을 갔다가 난생 처음 고래를 봤어요.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돌고래가 아니라 거대항 혹등고래였어요. 물론 그 전에도 고래나 공룡같은 큰 동물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졌어요. 이런 순간을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 ’감각이 깨이는 순간, 어떤 본질을 깨닫는 찰나‘ 한다고해요. 정말 그런 경험이었어요. 몇 번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의 명장면처럼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재생해 보게 돼요.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싶어서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직접 고래를 찾아다니거나 고래 관련 행사를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기적같은 일들도 몇번 경험했어요. 운좋게 러시아의 고래학자들과 함께 한달간 러시아 귀신고래 조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한국 고래연구센터의 박사님께 연락을 받아서 동해바다의 고래 개체수를 조사하는 조사선에 타기도 했어요.
그래도 왜 고래에 빠지게 됐나 생각해보니, 고래가 멋지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어떤 생명체보다도 거대하고, 결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고, 지구 끝에서 지구 끝으로 먼거리를 이동하고, 멋진 노래를 부르죠. 덕질을 하면 할 수록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돼서 1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동안 식지않고 고래를 사랑하고 있어요.